홈페이지를 여러 번 만들며 바뀐 판단 · 2화

자동화는 됐지만 내 글은 아니었다

글 발행 전 과정을 자동화하고도 결과물을 내 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이유와, 자동화의 역할을 다시 정한 과정을 돌아본다.

2026년 9월 11일

자동화 시스템은 내가 기대했던 대로 작동했다.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주제를 나누고 자료를 조사한 뒤 글을 작성했다. 이미지 생성과 HTML 변환, 제목과 검색 설명 작성까지 이어졌고, 마지막에는 워드프레스 초안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글 한 편을 만들 때 반복하던 단계를 하나의 흐름으로 묶은 셈이었다.

처음에는 이것으로 가장 큰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매번 주제를 고르고 자료를 찾은 뒤 글과 이미지를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면, 블로그를 꾸준히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실제로 시스템은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됐고, 기술적인 의미에서는 적어도 내 기준의 완성에 도달했다.

그런데 산출되는 결과물을 보면서 느낀 것은, 작동하는 시스템과 계속 남기고 싶은 글은 같은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틀린 글보다 내가 없는 글이 더 문제였다

생성된 글은 형식을 갖추고 있었다. 제목과 소제목이 있었고, 검색을 위한 설명과 이미지도 준비됐다. 정해둔 분량과 구조를 맞추는 일도 자동화할 수 있었다. 겉으로 보면 블로그 글에 필요한 요소가 빠지지 않았다.

서버의 테마 백업 자산으로 재구성한 이야기 보따리 단일 글 화면

서버에 남아 있던 테마와 이미지 자산으로 재구성한 단일 글 화면이다. 당시 게시글 DB가 백업에 없어 제목과 본문은 화면 형태를 보여주기 위한 예시 문구를 사용했다.

문제는 내가 그 글을 다시 읽고 싶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재미가 없었다. 몰입감도 떨어졌고, AI가 만든 글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AI가 그럴듯하게 정리한 설명만으로는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계속 읽게 만들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자 더 기본적인 질문이 생겼다.

나도 다시 읽지 않는 글을 다른 사람은 왜 읽을까?

자동화가 부족해서 생긴 문제라고 보기에는 이미 많은 단계를 만들어둔 상태였다. 키워드 선정, 조사, 장문 작성, 이미지 생성, 검색 최적화와 발행까지 더 정교하게 연결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계속 관심을 갖고 글을 읽게 되는 것은 아니었다. 시스템을 더 키우는 일과 글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일은 서로 다른 문제였다.

그래도 바로 포기하지는 않았다. 기존 프롬프트를 수정해 사람이 쓴 글처럼 보완하고 재미와 생동감을 더하려고 문체도 다듬었으며, 사용하던 GPT 계열 모델을 Gemini로 바꿔보기도 했다. 처음보다는 조금 자연스러워졌지만 결과는 같았다. 여전히 재미가 없었다.

처음 생성된 원고를 다시 회고하며 글을 살려보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애초에 내가 관심 있는 주제가 아니었으니 회고할 거리도 별로 없었다.

그러니 아무리 후편집을 해도 결과물이 눈에 띄게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나조차 다시 읽지 않는 글만 쌓여갔고, 블로그를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완성된 시스템을 폐기한다는 것

이 프로젝트를 단순히 작동하지 않은 실패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워드프레스 사이트를 만들었고, 자동화 워크플로우도 실제 발행 단계까지 이어졌다. 내가 생각하고 의도했던 자동화는 기술적으로 구현해 냈다. 그래서 중단하는 결정은 더 씁쓸했다.

작동하지 않아서 버리는 것이라면 고치거나 다시 만들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작동한 결과 자체가 내가 원한 것과 달랐다. 자동화로 어떤 콘텐츠를 담을 것인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저 AI가 알아서 판단하고 자동으로 생성량을 늘리는 방향만 생각했다. 이 상태로 계속 가면 아무도 보지 않는 글만 쌓일 뿐이고, 그건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자동화 블로그를 더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시스템이 만들어내는 글의 수보다 그 글에 내 경험과 판단이 들어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다만 기술적인 결과물은 나중에 재활용할 수 있으니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를 자동화보다 먼저 정의해야 한다는 걸 느꼈고, 이때부터 옵시디언에 모든 것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왜 이것을 진작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책이 이어졌다. 어쩌면 생각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애써 외면했는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정리하는 일은 사람이 해야 한다. 알면서도 외면했던 건 귀찮았고, 일일이 직접 쓰려면 시간도 걸리는 데다, 무엇보다 내게 아직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

이 경험으로 자동화를 완전히 부정하게 된 것은 아니다. 반복 작업을 줄이고 원고의 형태를 잡는 데에는 여전히 도움이 된다. 다만 자동화가 글을 쓰는 사람의 판단까지 대신할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게 됐다.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실패한 뒤에야 생각하게 됐다는 점은 조금 아이러니했다.

자동화 블로그를 멈춘 뒤에는 다른 프로젝트에 집중했다. 그중 하나가 주식 자동매매 봇이었다. 다양한 전략을 토대로 여러 개의 봇을 만들었고, 텔레그램과 연동해 진입과 청산, 결과까지 받아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다만 여러 봇의 매매 결과를 한눈에 종합해서 보기 어렵다는 불편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자동으로 글을 생성하는 블로그가 아니라 실제 프로젝트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시보드 사이트를 만들기로 했다.

서버에 남은 소스와 데이터로 복원한 자동매매 성과 대시보드

처음으로 만들었던 자동매매 성과 대시보드 화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