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여러 번 만들며 바뀐 판단 · 4화
대시보드는 결과를 더 좋게 만들지 못했다
성과 대시보드는 제대로 작동했지만, 그 화면이 보여준 낮은 성과 때문에 대시보드보다 매매 전략을 먼저 고쳐야 한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2026년 9월 11일
매일 아침 대시보드를 지켜보자 다른 문제가 보이기 시작했다. 모의매매와 실거래 중인 봇의 성과가 시장 움직임에 따라 크게 요동쳤고,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성과가 개선되지 않자 아침마다 화면을 여는 횟수도 점점 줄었다. 결국 이 대시보드 역시 처음 만든 자동화 블로그처럼 ‘나조차도 보지 않는’ 화면이 돼버렸다. 이번에는 콘텐츠가 낯설어서가 아니라, 화면에 담긴 숫자가 의미 없었기 때문이다.
화면은 결과를 정리할 뿐, 결과를 더 좋게 만들지는 못했다. 기술적으로 완성된 화면과 계속 운영할 가치가 있는 서비스는 같은 것이 아니었다. 처음 자동화 블로그를 만들고 폐기하면서 남긴 질문은 ‘무엇을 누구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였다. 이번에는 무엇과 누구는 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나를 위한 화면이었고, 어떻게 보여줄지도 해결했다고 믿었다.
그런데 더 기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었다.
이 결과가 정말 나에게 필요한 정보인가?
매매봇은 아직 안정적이지 않았고, 전략에 실제 승산이 있는지도 충분히 확인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보기 좋은 화면을 만들었지만, 그 안에는 계속 확인할 만한 가치가 없는 정보가 들어가고 있었다.
화면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였다
처음 성과가 흔들릴 때마다 대시보드에서 더 보여줄 수 있는 정보를 생각했다. 모의매매와 실거래를 구분하고, 초기 자본과 현금, 보유 자산과 현재 잔액을 함께 표시했다. 거래가 없었던 날과 보고 전송에 실패한 날도 구별하려 했다. 화면만 본다고 해서 모든 원인을 알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어디부터 확인해야 하는지는 찾기 쉬워졌다.
그럼에도 핵심 숫자는 나아지지 않았다. 여기서 더 많은 카드와 그래프를 붙이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었다. 성과가 낮은 이유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이나 데이터 표시 방식이 아니라, 그 아래에서 매매 결정을 내리는 전략에 있었다.
이 구분은 중요했다. 대시보드에 오류가 있다면 대시보드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대시보드가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면, 고쳐야 할 대상은 화면이 아니라 결과를 만들어낸 시스템이다. 나는 한동안 보여지는 것을 만드는 데 집중했지만, 정작 먼저 확인했어야 할 것은 보여줄 만한 성과가 쌓이고 있는지였다.
나쁜 숫자도 대시보드의 결과였다
당시 운영하던 모든 봇의 실패를 하나의 수치로 설명할 수는 없다. 전략마다 투자 대상과 운용 조건이 달랐고, 모의매매와 실거래 단계도 섞여 있었다. 다만 이후 장기 데이터를 다시 확인했을 때, 문제를 가장 분명하게 보여준 대표 사례가 강화학습 매매봇이었다.

AI 학습 투자 화면이다. 모의투자였으니 망정이지 실거래였으면 깡통 찰 뻔했다.
이 봇은 약 5개월 동안 모의 운용한 2,364건의 청산 거래에서 승률 31.2%, 누적 손익 약 644만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월별 승률도 3월 39%에서 7월 24%로 낮아졌다. 단순히 몇 번 운이 나빴던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가 악화되는 흐름이었다. 화면을 더 다듬는다고 기반 전략의 약점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대시보드보다 봇을 먼저 고치기로 했다
매매봇과 전략을 검증하는 일을 우선하기로 하고 대시보드는 중단했다. 화면을 만들고 데이터를 공통 규격으로 맞춘 뒤, 계속 오류를 수정하는 데 약 두 달을 쓴 프로젝트는 그렇게 멈췄다.
그렇다고 작업 결과를 모두 지우지는 않았다. 소스와 데이터, 실행 환경을 백업해두고 나중에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상태로 남겼다. 대시보드가 완전히 필요 없어졌다기보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었다. 언젠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다시 진행한다면 활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이후 매매봇 전략에 집중하면서 기존에 만든 매매봇도 차례대로 중단하기 시작했다. 대시보드 중단과 개별 봇의 중단은 같은 날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둘 다 무엇을 더 만드는 것보다 기반 가치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판단으로 이어졌다.
잘 보여주는 것보다 보여줄 이유가 먼저였다
이후에는 화면을 만들기 전에 한 가지를 먼저 묻게 됐다.
이 화면이 보여주려는 대상에는 계속 확인할 만한 가치가 있는가?

성과 대시보드를 중단하기 전의 최종 화면.
나에게 대시보드의 역할은 성과를 좋아 보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계속할지 멈출지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대시보드를 중단하고 나서야 작동하는 사이트와 내가 계속 운영할 사이트를 구분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