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를 여러 번 만들며 바뀐 판단 · 7화

이번에는 화면보다 글쓰기 기능부터 확인했다

화면부터 만들었던 이전 시도를 멈추고, 관리자 화면에서 글을 작성해 공개 페이지에 반영하는 최소 흐름을 먼저 검증했다.

2026년 9월 25일

2026년 9월, 다시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정한 요구사항은 디자인이 아니었다. 기획을 정교하게 다듬고 또 다듬었다. 그리고 '왜'에 집중했다.

기록소의 콘텐츠 모델(Project·Post·Insight)과 관리자 작성부터 Payload DB 저장, 공개 페이지 조회까지 이어지는 최소 글쓰기 흐름을 보여주는 다이어그램

초기 페이지 설계 다이어그램이다.

예쁜 첫 화면을 만드는 대신 글 한 편을 실제로 작성해 공개 화면까지 보내는 기능부터 확인했다. 핵심 콘텐츠에 집중하고 그 외 '있어 보이면 좋을 것들'에 대해서는 무조건 뒤로 미뤘다. 이런 생각이 불쑥불쑥 들 때마다 기획서를 다시 읽으며, 방금 떠오른 것을 언제 포함하고 언제 진행할지 정리했다.

디자인보다 운영 조건을 먼저 적었다

이렇게 정리한 뒤 목적을 재정의했다. 지금 홈페이지의 목적은 AI와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겪은 시작과 실패, 판단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이었다. 옵시디언에 써 둔 원천 노트를 그대로 공개하지 않고, 공개용 글로 다시 구성해 쌓으려고 했다. 그러려면 적어도 글을 작성하고 저장하는 관리 화면, 프로젝트별로 글을 묶는 구조, 내가 읽을 공개 페이지가 필요했다. 결국 핵심에 집중하고 그 핵심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무엇을 우선해야 하는지 정리했다.

AI와 대화하면서 세부적인 전제와 조건을 다듬었고, 그 과정에서 많이 배웠다. 이해가 안 되는 건 묻고 옵시디언에 기록했다. 나중에 '이런 기록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록하고 또 기록했다.

'있어 보이는' 디자인을 만들기보다는 지금까지 작성한 내 기록을 오로지 나를 기준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를 우선했다. 어차피 '있어 보이게' 만들어 봤자 당장 내 기록을 읽을 사람도 없을 테니 나만 보는 데 집중했다. 나중에 나 말고도 보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때 '있어 보이는' 디자인을 고민해도 늦지 않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최소한의 콘텐츠 구조만 만들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완성된 홈페이지를 만들지는 않았다. 프로젝트, 글, 판단 기준과 개념이라는 최소 콘텐츠 단위부터 정의했다. 하나의 프로젝트에는 여러 글이 시간순으로 쌓이고, 글은 시작 이유와 진행, 실패, 보완, 마무리 같은 역할을 갖도록 했다. 프로젝트 과정에서 반복해서 사용할 판단은 별도의 기준이나 개념으로 정리하고, 그것이 나온 글과 다시 연결하는 구조도 마련했다.

초기 스캐폴드 단계의 판단 기준 페이지. 상단 내비게이션에 홈·프로젝트 로그·기준·개념이 콘텐츠 단위로 나뉘어 있고, 아직 등록된 항목이 없어 빈 상태로 표시된다

초기 스캐폴드 화면이다.

공개 화면도 이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정도로만 연결했다. 프로젝트 목록, 프로젝트별 글 흐름, 판단 기준과 개념을 보는 경로를 만들었다. 화면을 꾸미기 위한 요소보다 글이 어디에 속하고 서로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먼저 코드에 반영했다.

그다음 예시 글을 넣어 전체 흐름을 시험했다. 작성한 내용이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고, 정해둔 콘텐츠 구조를 거쳐 화면에 표시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화면을 먼저 만들고 나중에 데이터를 붙이려고 했다면, 이번에는 실제 데이터가 흐르는 최소 구조 위에 화면을 얹었다. 아직 보여줄 글이 많지 않았고 디자인도 확정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이 홈페이지에 새 기록을 추가하는 방법은 존재했다.

프로젝트 사이드바에서 번호가 매겨진 글 목록과 함께 표시되는 개별 글 상세 페이지

실제로 발행한 글을 띄운 개별 글 상세 화면이다.

최소한의 MVP를 이렇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삼 프로덕트 디자이너들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경험도 중요하지만 이런 일에는 예술적인 감각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나마 위안으로 삼는 건 포기하지 않고 만들고 폐기하기를 반복하면서 경험이 쌓였다는 점이다.

완성의 기준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홈 화면이 홈페이지처럼 보이면 작업이 상당히 진행됐다고 생각하기 쉬웠다. 이번에는 기준을 다르게 잡았다. 화면이 단순하더라도 글을 작성하고 저장할 수 있어야 했고, 저장한 글이 올바른 프로젝트에 나타나야 했다. 목록에서 그 글을 선택해 상세 내용을 읽고, 다시 프로젝트의 전체 흐름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했다. 화면을 바꾸더라도 작성과 저장, 발행이라는 기반 기능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물론 기능이 작동한다고 해서 홈페이지 전체가 완성된 것은 아니었다. 콘텐츠가 적은 상태에서 여러 카드와 섹션을 만들면 다시 임시 데이터가 필요했고, 참고한 사이트의 구조가 내 기록을 읽는 방식과 맞는지도 별도로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적어도 무엇을 꾸미고 있는지는 분명했다. 빈 시안이 아니라 실제로 작성하고 발행할 수 있는 기록소였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을 계산해 보니 6개월이었다. 중간에 잠깐 멈춘 시간을 빼고도 6개월이나 걸렸다. 남들에게는 고작 MVP 하나 만드는 데 6개월이나 걸렸다고 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실패도 경험이니까 말이다.